아오노 슌주의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을 읽었다. 출판사 세미콜론에서 발행한 2014년 8월 1판 1쇄본이었다.

8년 만에 고국을 방문했다. 2주간의 짧은 여행이라 쉴 틈 없이 돌아다닌 것 같다. 그중 하룻밤은 처제 부부가 살고 있는 양주에 머물렀는데, 우리가 지냈던 침실에 만화책장이 있었다. [피아노의 숲], [엔젤 전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시리즈가 꽂혀 있었다. 그중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은 들어본 적도 없었고, 그림은 조악하고 형편없어 보였다. 그런데, 시작부터 딱, 이건 읽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표지에선 그림보다 내용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느낌이 왔다. 분량은 다섯 권이 전권이라 하루이틀 잠깐 읽으면 끝낼 것 같았다. 하지만, 모든 여행 계획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와 뒤바뀐 스케줄로 인해 한 권만 읽고 이동을 해야 했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향할 때 처제의 남편이 이 시리즈를 챙겨 와서 내게 선물로 주었다. 한 권만 읽고 떠났다는 얘기에 마음이 아팠다고. 개인적으로 무척 감동스러웠고, 기쁜 선물이었다.



만화를 좋아하지만, 그림이 형편없으면 잘 보지 않는 편이다. 매우 충실한 내용으로 빈약한 그림을 커버해 줄 수 있는 경우는 가능하다. 예를 들면 예전의 명랑 만화를 들 수 있는데, 70~80년대에 김수정, 길창덕, 신문수 세대가 있었고, 일본에서는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이나 후지코 후지오의 도라에몽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조악한 극화더라도 자신만의 특징과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려낼 수 있는 충분한 표현력이 있다면 또 그대로 받아들이는 유연성도 있다. 요즘 웹툰을 통해 이런 작품들을 만나보기 쉬워졌다. 조악해 보이지만 일부러 그렇게 그리는 작가들 중에 양영순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아 그러고 보니, 아직 양영순 작가의 [덴마] 시리즈를 구입하지 않았네…
비행기 안에서 읽으려고 했는데, 푹 잠드는 바람에 집에 돌아와서야 읽을 수 있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홀아버지와 고등학생 딸과 함께 살고 있는 40세 싱글남이며 직장인인 스즈키 시게오는 “난 아직 진심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회사를 그만두고 만화가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햄버거 가게에서 일을 하며 만화가의 길을 걷는다. 아르바이트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점장 타이틀도 달지 못하고, 그림도 잘 못 그리고, 가족과 이웃에게 매번 민폐를 끼치는 시게오는 그런 와중에도 만화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블랙 코미디 만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비웃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에게 동화되고, 그를 응원하고, 그가 있어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
성인 대상의 책이지만, 자극적인 내용 없이 전반적으로 잔잔했다. 클리프행어의 긴장감은 하나도 없었다. 느리고, 모든 것은 예상처럼 진행된다. 시게오는 분명 실력도 없고, 능력도 없다. 근성도 없고, 매력도 없는 문제만 가득한 사람이다. 답이 없는데, 만화가에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다. 그 주위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일생을 살아가며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보인다. 성공과 부의 축적을 이루어내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달팽이처럼 조금씩 나아간다. 아주 조금씩 변화해 간다. 현실적인 모습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이나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 같은 소설들이 떠올랐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못한 소시민들. 언젠가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하루하루 버티는 사람들. 살아가는 것은 꿈을 꿀 수 있게 한다. 나도 여전히 꿈을 꾸고 있다.

이 책은 꽤 유명했나 보다. 일본에서 2013년에 영화화되었고, 한국 티빙에서도 2022년에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전혀 정보가 없었던 걸 보면, 흥행은 그리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OgsCnxpOqKQ
아오노 슌주 (靑野春秋)
일본 이바라키 현 출생. 2001년 「슬랩 스틱」으로 《영매거진》이 주최한 제45회 지바 데쓰야상 우수 신인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바로 연재 기회를 얻지는 못했고, 2005년 단편 「주마등」으로 월간 《IKKI》가 주최하는 제17회 IKKI 신인상 ‘이키맨’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단편집 고탄다 이야기』, 『좀 더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등을 발표했다.
-작가 소개 출처: 알라딘 북스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1 | 세미콜론 코믹스 | 아오노 슌주 글.그림, 송치민 옮김 | 알라딘US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1 | 세미콜론 코믹스 | 아오노 슌주 글.그림, 송치민 옮김
1권에는 이 만화의 출발이 된 작가의 데뷔작 <주마등>이 실려 있다. <주마등>은 작가의 공모전 입상작이자 데뷔작인 단편 만화. 두 만화가 연결된다는 것을 설명하지는 않지만 본편의 앞에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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