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Hrs to 20 Hrs - (G)raphic Novels 그래픽 노

G013. Fun Home: A Family Tragicomic - Alison Bechdel

TMLove 2025. 11. 19. 10:00

앨리슨 벡델의 <펀 홈: 가족의 희비극>을 읽었다. 

 

 

타임지 선정 올해의 책, 뉴욕 타임즈가 뽑은 21세기 100대 도서에 뽑힌 그래픽 노블, <펀 홈: 가족의 희비극>. 이 그래픽 노블을 한국어 번역판으로 읽은 것에 감사했다. 영어 원문으로 읽었다면 반도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사실 한국어로 읽었다해도 한 번 읽은 것으로 다 이해할 수 있다고 보장하지는 못한다. 곳곳에 숨겨있는 디테일을 번역가가 세밀하게 짚어내며 하나하나 주석을 달아주었는데, 물론 이 부분에서 번역가가 혼신의 힘과 열정이 느껴져 감동했다. 번역가의 필생의 역작을 쓰는 마음으로 이 책을 번역해 냈음을 알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 (온전히 나같은 독자의 문제이다). 문학과 현대사의 배경, LGBTQ 문화의 이해가 필요하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품들에 <안나 카레리나>, <율리시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의 많은 고전이 등장하는 데 그들의 내용이나 상징성을 알지 못하면 주인공이 겪는 심리상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따로 해설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어렸을 적 지인의 집을 방문하면 책장을 둘러본다. 책과 음악 앨범들을 통해 그의 취미나 성향, 관심분야, 작가, 아티스트 등을 더 잘 파악하려 한다. 새로운 공감대가 생기고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된다.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흥미롭다. 파면 팔수록 재미있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아쉽다. 미국 근현대사의 지식은 백지상태와 마찬가지이고, 이쪽 문화에는 완전 문외한이니까.   

 

 

<펀 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앨리슨 벡델은 펜실베니아의 한 마을에서 장의사를 업으로 하는 가정에서 자란다. 가족은 장례식장을 Fun Home 펀 홈이라고 불렀는데, Funeral Home의 줄임말이기도 한 이중적인 의미를 담았다. 아버지 브루스 벡델은 장례식장 장의사이며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어느날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레즈비언임을 커밍아웃 했다. 그리고 얼마 뒤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그녀는 아버지의 석연치 않은 죽음을 자신의 커밍아웃때문에 벌어진 자살로 생각하게 된다. 아버지 역시 동성애자였으나 평생 그것을 숨기며 살아왔다는 것을 가족들은 알고 있었다. 앨리슨은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고하면서 부모들의 기이한 행동들을 기억해내고, 가족간에 벌어졌던 일들, 특히 아버지와 연계되었던 일들을 떠올린다. 

 

동성애자의 가족이란 이미지를 벗어내면 일반적인 가족의 문제를 다룬 내용이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만큼, 1960-70년대의 시대를 보낸 가족들의 모습을  잘 다루었다. 가족이지만 어울리지 못하는 개성있는 가족들. 시대마다 비슷한 것 같다. 8-90년대는 개인의 TV에, 2천년대에는 개인의 모니터에 집중했다. 현 시대에 비추어봐도, 모두 저마다 폰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 이해함에 부족함이 없다. 대부분의 우리는 가족이면서 스스로에 집중하며 산다. 

 

 

 

많은 장면들의 서사가 아련했다. 작가의 그림은 뛰어나지는 않지만 작가의 설명에 부합되는 내용을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어린 시절 서구 동화책을 접할 때 보던 자주 보던 그림체 같다. 그녀의 그림은 그림이 주가 되지 않고, 보조 역할을 하며 내용에 흠뻑 빠지게 한다. 개인적으로 몇장면에 눈을 떼지 못했다. 즉석에서 둘째 연을 지어낸 재능 넘치는 아버지로 인해 좌절한 그녀의 모습은 숨이 막혔다. 어린 그녀의 감정과 심리 변화, 그 섬세한 시적 표현에 빠져 들었다. "그림 속에는 한 남자가 서 있다. 빛을 보기 전에 저문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바라보는, 내 슬픈 자아의 대변인이다... 그 뒤로 다신 시를 쓰지 않았다. 얼마 뒤에는 그림도 그만뒀다." 이 글귀. 이 장면. 많은 감정과 추억의 교류를 일으킨다. 대부분의 우린 그런 시절이 있었다. 미워하고 사랑하는. 애증과 그리움의 대상이 존재했다. 이 책을 그녀만의, 또는 소수의 동성애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자서전만으로 평가절하할 수 없었다.  

 

 

 

그래픽 노블의 주인공의 이름은 작가의 본명을 사용했다. 앨리슨은 허구일 수 도 있다는 가설에 숨지 않았다. 이 그래픽 노블은 그녀의 일기장과 같이 좋거나 나쁜 모든 사건들을 가감없이 담았다. 그래픽 노블 <MAUS>와는 또다른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MOUS> 전쟁과 홀로코스트에 살아남은 아버지와 전쟁 후 세대인 자신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펀 홈>은 동성애를 죄악시하던 시대에서 살아가던 아버지의 비밀스런 동성애와 자신의 퀴어 성장담을 담았다. 이웃들과 보이지않은 벽을 세우고,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야 했던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그녀의 관점을 블랙 유머처럼 풀어냈다. 이 책을 이해하려면, LQBTQ의 향기가 있었던 고전 문학과 당시의 정치 역사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할 것 같으나,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굳이 다 이해할 것 까지야 있을까. 누군가의 경험과 다른 이의 관점을 간접경험하는 것으로도 이 여행은 충분히 기억될 만 하다. 누군가와 공유하며 나누기 불편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반세기전에만 출가되었어도 금서가 되었을 이 책이 앞으로 반세기 이 후에 어떤 평가를 더 받게 될 지 궁금해 진다. 그런 모든 것들을 차치하고, 가족이란 한가지 소재로만 집중해서 보아도 이 책은 손에 꼽고 싶다. 어린 자녀에게 바로 추천할 수 없겠지만, 그들이 성인이 되어 읽어보길 기대한다. 

 

 

 


앨리슨 벡델 (Alison Bechdel)

그래픽 노블 『펀 홈』과 『당신 엄마 맞아?』로 알려진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지니어스 펠로우십을 수상했으며 하비상, 버몬트 최고 만화가상, 람다 문학상, 스톤월 문학상 등 다양한 상을 휩쓸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공연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자 토니상 5관왕의 영예에 빛나는 〈펀 홈FUN HOME〉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1983년부터 25년에 걸쳐 신문에 연재한 『주목할 만한 레즈비언들』은 현대 레즈비언의 삶을 세밀하게 그려 낸 연대기로 '만화계에서 흔치 않은 탁월한 대작'이라 평가받습니다. 그 에피소드 중 하나로 영화계 성평등 지표인 '벡델 테스트'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만화 문화계의 슈퍼스타 앨리슨 벡델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뉴요커」, 「뉴욕 타임즈 북 리뷰」, 「세븐 데이즈」 등 다양한 매체에 만화를 실으며 여성과 운동, 초월에 관한 회심의 작품 『초인적 힘의 비밀』을 완성했습니다.

-저자소개 출처: 알라딘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