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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014. 스키엔티아 - 도다 세이지

TMLove 2026. 1. 9. 11:33

 

도다 세이지의 스키엔티아를 읽었다. 애니북스에서 출판된 2017년 초판본이었다. 

 

 

 

SF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다루며 인간을 탐구하는 그래픽 노블이 참 많다. 일본 만화에서 바로 기억 나는 것이라면 <북두신권>, < 아키라>, <총몽>, <에반게리온>, <플루토>, <20세기 소년>, <공각 기동대>  우열을 정할 수 없는 대작들이 떠올려진다. 그런 대작들과 다르게 스키엔디아는 화려하거나 거대한 스토리를 품고 있지 않다. 주목할 만한 주인공도 없는데, 작가의 그림실력이나 개성도 드러나지 않는다. 특징이라면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것. 마치 저예산의 평범한 로콤 영화를 골랐는데 8월의 크리스마스나 호우시절을 본 것 같다. 몇번을 다시 찾아 읽어볼 것 같다. 2017년에 출간된 뒤로 품절과 출판이 중단된 걸 보면, 아는 사람들만 구입하고 눈에 띄지 않게 사라진 것 같은 작품같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한국에선 품절되었는데,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Scientia는 라틴어로 “지식(knowledge)”을 뜻한다고 한다. 스토리의 배경은 스키엔티아 타워라는 고층빌딩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책을 열면 9번째 페이지에 '지식'과 '과학의 여신'을 뜻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덧붙여 '현대인들이 과학기술에 기대 교만해지지 않도록 여신은 하늘에서 경고를 내리며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며 과학기술을 통해 발전된 미래사회의 배경을 서술하고 있다.

옴니버스로 다음과 같은 7개의 에피소드들을 선보인다.

 

자살을 하려던 젊은 여성, 전신이 마비된 부호 노인에게 몸을 빌려주다_보디 렌털
열렬한 사랑에 빠지고 싶어 사랑의 묘약을 스스로 마신 한 남자_사랑의 묘약
사고로 죽은 딸을 복제한 여자, 새로 태어난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은…_복제 인간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는 인생을 살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_항우울 머신
먹으면 사랑이 보인다는 소문의 환각제를 찾아 헤매는 여고생_러브2000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무연고의 남자, 로봇과 함께 생의 마지막을 보내다_로봇
재능은 과연 행복을 보장하는가? 서로 다른 선택을 한 두 명의 뮤지션 지망생_각성 머신

-에피소드 리스트 발췌: 알라딘 북스

 

 

 

주인공이 겹치는 일도 없다. 오직 그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도시에 여러 에피소드들이 모인 옴니버스 형태인데 이 모든 일들이 스키엔티아의 여신상이나 그 고층빌딩 아래에서 벌어진다. 또한 모든 에피소드들의 첫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는 스키엔티아 빌딩이 등장한다. 여신이 알파와 오메가로 모든 사건과 사고를 지켜보고 주관한다는 의미일까.


모든 에피소드들이 인상 깊어 우열을 가릴 수 없다. 그 중 두 편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보디 렌털편을 보자면, 인생을 불우하게 살아온 젊은 여성 시노하라 가오리는 자살하기로 마음먹던 와중에 한 광고를 보게 된다. 전신마비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노인 엔도에게 삼개월간 몸을 빌려주면 고액의 보상금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어차피 죽을 생각이었기도 했기에 계약을 진행한다. 과학기술에 힘입어 그녀는 가사 상태에 빠지고 엔도는 뇌파를 이용해 그녀의 몸을 원격조정하여 마치 젊은 몸을 되찾은 것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그 짧은 삼개월동안 엔도는 인턴으로 취직해서 젊은 시절처럼 열정적으로 운동하고, 일하고, 사랑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가사상태에 빠진 가오리는 엔도의 벅찬 경험을 공유하다가, 삼개월뒤 몸을 되찾는다. 엔도의 조언을 들으며, 인생을 다시 돌아보며 마음을 바로 잡고, 일자리 면접을 받으러 나간다.

 

사랑의 묘약편은 사랑에 빠지고 싶어 묘약을 먹은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보통 이런 묘약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먹이는게 일반적인데, 이것은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싶어 먹는 경우였다. 주인공인 구보는 사랑에 빠지면 생기는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는 약을 구입했다. 무기력증에 빠진 지금, 옛날처럼 무언가에 열중하고 무작정 사랑에 빠지는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효과는 길어야 2년. 그리고 감정이 생겼다고 성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 기간동안 신뢰관계를 쌓으며 감정이 지속될 수 있게 노력해야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었다. 약을 섭취한 뒤 회사 선배 후지카와에 게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것과 더불어 그는 안달하게 된다. 사랑에 빠졌던 연예초보자 시절처럼 , 많은 기대와 더불어 서툴렀던 감정과잉의 행동들을 하게 된다. 그는 약을 끊고 온전히한 자신의 마음으로만 상대를 바라보고 기다리기로 한다.  

 

 

 

 

스토리를 한번 알게되면 흥미가 떨어져서 다시 읽지 않게 되는 책들이 있다. 반면 내용과 결과를 알고 있어도 다시 읽게 되는 책들도 있다. 스키엔티아는 곁에 두었다가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이다. 내겐 오 헨리 단편선 같았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6379852

 

스키엔티아 | 도다 세이지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면면을 날카롭게 도려내어 보여주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여온 도다 세이지의 신작.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가상세계를 무대로 한 SF 단편집이다. 그림체와 연출은 수수

www.aladin.co.kr

 

-도다 세이지 (戸田誠二)

1969년 일본 시즈오카 현 출생. ‘고단샤 애프터눈 사계절상’ ‘쇼가쿠칸 신인만화대상’ 수상. 1999년부터 자신의 홈페이지 <COMPLEX POOL>에 단편 만화를 게재하며 일본 ‘인디 만화’의 지평을 열었다.
2003년 홈페이지에 올린 작품을 모아 『이 삶을 다시 한번 生きるススメ』을 출간하며 정식 데뷔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스토리 ストーリー』 『설득게임 説得ゲーム』(이상 애니북스 출간) 『행복 しあわせ』 『우먼 WOMAN』 『음악과 만화와 사람 音楽と漫画と人』 『그림 기담 グリム奇譚』 등이 있다. 

-저자 소개 발췌: 알라딘 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