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ight's Meditatio(N) 명상

N028. 홈트

TMLove 2026. 1. 10. 23:34

 

평년보다 춥지 않은 올해는 지구온난화를 깊게 실감하고 있다. 뉴욕시는 입동이 지난 11월 초순에도 가을이 연장되고 있었다. 겨울상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지 않다는 뉴스를 들었다. 식비와 공공요금 상승에 밀려 의류비 및 기타 잡비 지출의 절감 탓도 있겠지만 따뜻한 날씨 탓이 더 큰 것 같다. 그런 상황에 뉴욕 버팔로에선 6피트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한국에 사는 지인들이 걱정스레 안부를 물어왔다. 같은 뉴욕주라도 날씨 편차가 있다고, 뉴욕시에서 버팔로까지의 거리는 서울과 부산사이의 거리보다 더 멀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렇게 겨울이 다가왔음을 알았다. 영속될 것 같은 이상 기후들 틈 사이로길게 느껴졌던 가을도 결국 한철이었다. 잃어버린 길을 찾아 겨울이 찾아왔다. 

 

져녁에 우편함을 열어보니 건강보험회사에서 편지가 와 있었다. 인상이 찌푸려졌다. 매년 이맘 때 쯤 받는 편지는 다음해 보험비 인상에 관한 통지서나 저번달 비용 청구서니까. 사실 요즘 우편함엔 반가운 소식이 없다. 미처 페이퍼리스로 전환되지 못한 청구서들과 광고 메일만 삼켰다가 뱉어내는 우편함설렘은 사라지고 경계심만 남은, 애증의 관계. 그런데 편지 내용은 추가된 새로운 서비스에 관한 것이었다. 온라인 피트니스 구독서비스 업체인 펠로톤 Peloton 앱 일년 회원비를 내주겠다며 이용을 권유하고 있었다. 상품권을 받은 것 같은, 생각치 못한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간 보험회사에 따라 걸음수가 일정 목표를 넘으면 현금을 주거나, 스포츠 클럽 출석 기록을 제공하면 멤버십 가입비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만 이리저리 흔들어내거나 반려동물에 부착해서 수치를 올리는 편법들로 걸음 수의 운동 증명에 관한 뒷말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늘어난 재택근무자와 하이브리드 근무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의 필요성을 통감한 것 같았고, 비대면 운동이라도 유인하는 것이 보험회사로선 비용 절감면에서 수지타산이 맞을 수 있겠다. 몇년간 폭발적으로 이용자들이 늘었던 온라인 피트니스 업체들은 코비드 정책 완화 이후 성장세가 꺾였다는 뉴스가 있었다. 보험회사와 온라인 피트니스 회사 간 서로의 니즈가 맞아 떨어지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뜻이겠다. 육아, 환경, 장소, 거리 상의 문제 등으로 오프라인 클럽을 갈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온라인 클래스를 통한 홈트는 최상의 선택이니까.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시작 가능한 것이 장점이지만 같이 할 사람이 없다면 지속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대상이기도 하다. 사람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기에 페이스 메이커나 운동 파트너가 없으면 쉽게 주저 앉는 단점이 있다. 거실에 설치한 트레드 밀이 빨래걸이로 탈바꿈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기도 한다. 그래서 온라인 피트니스 업체들-애플, 아마존, 미러, 펠로톤 등이 대안으로 등장해서 스크린을 통해 격려와 리드를 해주는 강사의 강좌 구독이 새로운 마켓을 형성했다. 

 

내 피트니스 구독 서비스는 유투브와 아마존 할로 프로그램, 펠로톤의 클래스까지 확장되었으니,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거나 적당한 수업이 없다는 핑계거리는 댈 수가 없게 되었다. 안그래도 독감, 코비드, RS 바이러스의 트리플데믹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올 겨울이다. 재택 근무가 축소되고 사무실 복귀가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전보다 더 심해진 교통체증과 더불어 통근을 통해 시간뿐만 아니라 체력도 만만치 않게 소비된다는 것을 다시 체감하고 있다.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 편지는 건강의 적신호가 오기 전에 운동을 꾸준히 하라는 하늘의 계시로 보였다. 

 

오랜 재택 근무는 큐비클 안에 벗어났다는 해방감을 주었지만, 결국 사각의 방안에 갖혀있는 연장 선상이었다. 늘어난 오버타임과 업무량에 치여 종일 방안에 있으면 시간의 흐름을 깨닫는 것에 무감해진다. 의자를 조금씩 움직여 흔들의자를 만든 상태로 모니터를 바라본다. 조금의 진동으로 인해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의 걸음수가 증가되지 않을까 몽상을 하면서. 서쪽에 위치한 창에 붉은 노을이 가득찰 때면 또 하루가 진다는 것에 침울해 한다. 의자를 조금씩 움직여가며 어스름한 석양빛을 마흔 네번이나 보았다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노을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 심정을 마흔 네번이나 흔들 때 너는 그때마다 참담하진 않았을까. 너는 세월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찬바람이 창문을 흔들어 놓는다. 내년엔 좀 더 건강해 지고 싶고, 더 성장하고 싶다. 

 

-2022년 겨울 쓰다.

 

 

 

-2025년에 덧대는 첨언

 아마존은 할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마지막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보험회사에서 펠로톤 서비스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고비용의 구독료는 내고 싶지 않아서 더 이상 이용하지 않았다. 건강보험회사는 매년 보험료를 계속 올렸고 서비스는 내렸다.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실내 줄넘기를 구입했다. 올해도 홈트는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