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운영하고 있는 가족경영의 중고 서점인 스트렌드는 뉴욕시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지만,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이래저래 미루고 미루다가 올해로 벌써 98세의 나이를 먹은 스트렌드 북스토어를 다녀왔다.
https://www.strandbooks.com/hours-locations

날씨가 풀린 봄날이었다. 거리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서점 안도 마찬가지였다. 중고 서점임에도 신간도 팔고 있었다. 신간 반, 중고 반 정도였다. 중고책들이 상태가 좋아서 정가의 반값 정도였다. 생각보다 가격이 높았지만 또 특별할인 책들은 카트 같은 곳에 놓고 판매되고 있었다. 다리 품 팔고 시간을 들여 이곳저곳 훓어 보아야 득템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이날은 지나 거손 Gina Gershon의 신작 북토크 쇼가 있었다. 이백여 명 정도가 고서가 가득한 공간에 앉아 그녀를 맞이했다. 지나 거손은 바운드, 쇼걸, 페이스 오프 등의 영화로 널리 알려진 배우였다. 나는 B급 액션 영화 Best of the Best 3에 출연했던 그녀를 처음 보았고 다른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극장에서 관람했었다. 그녀는 영화배우 이외에도, 브로드웨이 뮤지컬, 가수, 작가로서 다방면에 활동하고 있었는데, 신작 Alphapussy는 그녀의 세 번째 책이었다.

여성들의 트렌드가 여전히 센 언니를 동경하는 것인지, 그녀의 팬층이 다양하고 두터운 모양인지, 관객들의 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왜 줄을 서 있냐고 묻길래 지나 거손의 북 이벤트라고 하자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자, - 이 아무것도 모르는 GenZ들이란... - 하며 분노를 했던 함께 갔던 지인의 농담을 들었다. 외설스러운 제목과 부제 때문에 남에게 보여주기에 민망한 책이지만 그녀처럼 당당해지기로 했다. 어깨를 펴고 들어갔다. 그런데 지인이 맨 앞자리에 가서 앉는 것이었다. 아, 맨 앞자리는 좀… 하며 고개를 숙이고 옆에 앉는데, 내 옆자리에 한 아시아인 할머니가 따라 앉았다. 이것 참 할머니를 모시고 온 손자나 어머니를 모시고 온 아들로 착각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상황은 좀 그런데....






토크쇼는 한 시간가량 진행되었다. 그녀의 성장 과정을 다룬 책은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학창 시절, 배우 시절, 브로드웨이 시절 등을 가감 없이 얘기했다. 토크쇼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내용은 그녀가 프린스에게 발탁되어 영화 퍼플레인에 출연할 뻔했던 일과 폴 버호벤 감독과의 마찰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미네아 폴리스까지 가서 프린스를 만났고, 생각보다 키가 더 작아서 놀랐으며 보라색 리무진 안에서 아직 릴리스되지 않았던 퍼플 레인을 들으며 그가 천재임을 이해했다고. 하룻밤을 같이 보냈지만, 컨트롤 프릭이었던 그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출연을 포기했단다. 하긴 프린스가 그런 면이 있으니 절로 동의가 되는 이야기였다. 누구를 만나든 프린스나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가 나오는 건 참 신기하다. 또한 쇼걸의 감독이었던 폴 버호벤이 사전에 동의하지 않은 전라 노출과 더불어 은밀한 곳도 찍자고 강요하는 것에 대해 기지를 발휘하여 모면했던 일들은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감독이자 작가인 Griffin Dunne도 잘 리드했다. 토크쇼는 가벼운 욕설과 성적 표현들을 더해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사람들이 왜 코미디 쇼와 북 토크 쇼에 가는지 이해할 수 있던 순간이었다.


입장을 위해 이미 사인을 받을 책을 구입했는데, 줄을 서서 기다려 사진도 찍고 개인 이름도 추가로 적힌 사인도 받았다. 두근거렸다. 이렇게 평생 소장해야 할 책이 한 권 또 생겼다. 올해 영문 도서는 일단 이 책부터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걸 어디서 읽지? 커버를 먼저 씌어야 하나?


서점은 9시에 닫는다. 이젠 돌아갈 시간이었다. 잊지 못할 하루였다. 그녀가 63세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지인에게 말했다. 저번 주 한 행사에서 맥 라이언을 보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녀의 나이는 64세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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