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디언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에 다녀왔다. 로어 맨해튼 One Bowling Green에 위치해 있었다. 일요일이 아닌 이상, 거리 주차는 거의 불가능했다. 다행히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 있으면서 합당한 가격을 제시한 유료 주차장을 찾을 수 있었다. 박물관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였다.
New York, NY | 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

개인적으로 가까운 거리를 다닐 때는 지하철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 심한 교통체증으로 인해 버스도 환영하는 편은 아니다. 지금껏 출퇴근을 제외하고 맨해튼에서 버스를 이용한 횟수가 5번도 안 될 것 같다. 차라리 택시를 이용하거나 걷는 것이 편하다.
괜히 서둘러 왔다. 10시에 개장인데 9시 반이었는데도 정문에는 나밖에 없었다. 혹시 옆문이나 뒷문이 있나 싶어 돌아보았지만, 역시 일반 방문객을 위한 정문은 하나였다. 뻘쭘했다. 책을 꺼내 읽으면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10시가 지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15분쯤에 누군가 오더니, 뭐야, 아직도 안 열렸어? 하고 문을 열어 주더라. 어쨌튼, 개장하자마자 첫 번째로 들어갔다. 그룹 투어를 신청한 무리가 보이긴 했는데, 단체 방문객은 1층 오른편 코너에 있는 문을 이용한다. 미국 인디언 국립박물관의 위치는 박물관 밀집 지역에 있지 않고 한참 떨어져 있다.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이 워낙 많다 보니, 인디언 박물관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마지막 나무가 베어 넘어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당신들은 알게 될 것이다.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크리 족 예언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555p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관심이 생긴 계기는 순전히 류시화가 엮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란 책 때문이다. 다독을 하는 편이지만 나도 벽돌책은 매우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소장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벽돌책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 책이었다. 물론 완독하지는 않고 레퍼런스처럼 가끔 꺼내 부분부분 읽곤 한다. 읽을 때마다 인디언 부족 구성원들이나 추장들이 남긴 말들에 감명받는다. 그들의 외모나 의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영적 세계를 체험한다. 그들의 정신 세계는 랍비나 영적 수련을 한 인도의 고승이나 불교의 경전만큼 깊이가 있다. 잊혀진 역사와 문화와 민족으로 덮을 수 없는 현명함을 알게 된다. 경건한 마음으로 유물들을 돌아보았다.
1층과 2층, 그리고 지하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로 관람하는 곳은 2층이었다. 넓은 면적에 널직하게 유물들을 비치해 두었다.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나로서는 수박 겉핥기 마냥 유물들을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상설 전시인 New York Natives 전시는 현재 뉴욕의 12개 장소를 아우르며, 방문객들에게 이 지역을 고향으로 삼는 원주민 국가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롱아일랜드에서부터 뉴욕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이어지며, 독립 전쟁 이전의 교류와 현대 사건들을 다룬다. 인상 깊은 것은 유물들과 그 부족들이 활동했던 지역들을 지도상에 표기해 두었는데 인디언들의 삶과 현대인의 삶이 교차되는 느낌이 들었다. 뉴욕에는 인디언 부족 이름이나 인디언들이 쓰던 지역 이름을 여전히 사용하는 곳들이 많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인디언 후손들의 작품 전시회가 있었다. 중남미 인디언들의 유물들도 함께 볼 수 있는 전시관도 있었다.



미술에 관해서 배움이 짧은 관계로 나는 문양을 잘 보지 못하고, 색감의 조화가 얼마나 뛰어난지 판단하지 못한다. 그래서 중남미나 아프리카,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유물과 작품을 볼 때엔 주로 등장하는 얼굴들을 관찰한다. 그 다양한 인물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들의 삶과 그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 같다. 박물관의 상설전시는 북미, 중미, 남미 전역에서 온 약 700점의 원주민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인디언 부족들이 있던 자리를 보니 정말 많은 부족 국가들이 존재했음을 알았다. 이 땅은 피로 세워진 나라였음을 안다. 그들의 문명이 찬란하지 못했다 하여, 사그러드는 것을 보는 것은 안타깝다. 겉보다 내면에 치중했던 민족이었다. 그들의 깨달음과 지혜가 더 많이 전달되었더라면, 이 땅에 전쟁과 고통이 좀 더 줄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들아, 네가 삶의 길을 여행할 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말라.
누구도 슬프게 하지 말라.
할 수 있는 한 언제나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라.
-어느 위네바고 족 인디언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636p
조상과의 인연(Ancestral Connections) 섹션도 둘러보았다. 원주민들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였다. 원주민 문화, 전통, 역사와의 연결이 현대 원주민 예술 표현의 촉매제가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이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오늘 이 방문은 가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프트숍에 들렸다. 상품들의 퀄리티가 아주 좋았으나, 그에 비례해 가격도 상당했다. 적당한 것이 없나 둘러보다가 현지 원주민들이 잎으로 차를 만들어 마셔 왔다는 티를 구입했다. 감탕나무의 일종인 야우폰(Yaupon) 차(Tea)였다. 2023년 식품 트렌드로 선정된 식재료 중 하나라고 한다. 텍사스에서 현지 생산된 차였는데 기호에 맞았다. 카페인 음료인데 매일 저녁에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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