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Hrs to 2 Wks - (P)oetry 시

P001.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 임승유

TMLove 2025. 2. 6. 09:48
사람이 오면
누군가 생각하기로 했다. 생각하면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고
해가 넘어가고 사람이 오고 사람이 가고

사람을 생각하느라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 낮이 몰려다녔다.
아침저녁으로 몰려다녔다. 몰려다니느라
뭘하고 있었는지 잊었다. 

- [장소]  부분 발췌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임승유 저.   문학과지성사. 2022년 초판 6쇄본.

 

 

올해도 어김없이 여러 가지 새해 목표를 세웠는데, 그중 하나는 시집을 읽는 것이다. 한두 권 가볍게 사던 시집으로 책장 한 칸을 다 채웠는데, 정작 최근 정독한 책이 한 권 없다는 것에 스스로 창피해하던 차였다. 한권 한권 읽다가 누적되면 그것들이 영감의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한 달에 한 권을 끝내자는 목표를 갖고, 그 정도도 못하면 사람도 아니라고 자조하면서 꺼내든 1월의 시집은 임승유 시인의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이다. 그녀의 시집을 구입한 경로와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듣지 못한 이름의 작가이고 시인이었다. 

 

보통 책을 구입할 때는 작가의 인지도나 지명도, 또는 제목이나 커버 디자인, 광고, 아니면 관심 분야가 맞을 때이다. 작가명도 모르는 이 시집의 구입 이유를 추정하는 바, 그저 제목 때문이었으리라 본다.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이 멋드러진 제목이 지갑을 열게 했을 것이다. 제목 하나로 여러 가지를 유추하게 했다. 너와 나. 이별. 다른 곳에 있는 이들.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 등. 이것만으로도 한 달 내내 품에 안을 가치를 느꼈다. 

 

나를 두고 왔다
앉아서 일어날 줄 모르는 나를 두고 오는 수 밖에 없었지만
그때 보고 있던 게  멈추지 않고 흐르는 물이라서

어디 갔는지도 모른다. 어디 갔는 지도 모르면서 여름이 오고

여름엔 장미가 피었다 지기도 하니까 붉어지는 데 집중하다 떨어진
장미를 집어 들고 어떻게든 해보려는 사이

장미는 다 어디로 갔다

- [공원에 많은 긴 형태의 의자] 부분 발췌

 

 

2020년 10월에 발행된 이 책은 시집으로 한정한다면 내겐 최신간이라 말할 수 있다. 시를 읽을 때마다  로맨틱하거나 서정적 풍미를 기대하는 나는 현대시들이 난해한 숙제 같은데 특히 최근 발표되는 시들은 자신들의 할 말만 하고 유유히  떠나가기에 버림받는 기분이 든다. 무엇을 담고자 했는지 파악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지인이 가끔 최신 힙합 곡을 추천해 주곤 하는데, 이번 주에 추천해 준 노래는 올해의 노래상을 받았다는 켄드릭 라마의 욕설 가득한  Not Like Us였다. 그것도 디스(diss) 노래였다. 가사를 영어로도 읽어보고 한국어 번역도 보고 했는데, 이해 불가였다. 

 

-비트는 좋은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어

나의 답변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사를 이해하려면 그 가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왜 그들이 돌아섰고, 욕하고 디스하기 시작했는지, 왜 이렇게 가사를 비틀며 비야냥 대는지, 한가득한 슬랭들의 숨긴 뜻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동의 했다. 요즘 노랫말 하나 이해하기에도 벅찬 것처럼 시구들도 그런 것이겠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를 읽는다.

 

어디야

네가 물어봐서 뒤를 돌아봤을 때는 어디가 어딘지 모르게 돼버렸다.
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발끝으로 바닥을 툭툭 치다가

털실 장갑에 달라붙는 크고 작은 먼지라거나 국수 삶을 때
냄비 바닥에 눌어붙는 면의 점성 같은 것으로는 어떻게 안될까

생각하다가


생각보다 멀리 와 있다는 걸 알았다

-[영화나 한 편 보자고 해서] 부분 발췌

 

 

다행스럽게도 임승유의 시는 보이는 대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전체 시들을 파악하고 이해하기에는 버거운 짐이었으나 관조할수록 다가오는 글들이 많았다. 담담하고 절제된 표현들은, 사랑과 감정표현이 어설픈 썸의 시작 같았다. 한 달 동안 그 서툰 연애 감정을 나눴다. 

 

그리고 작별한다. 

 

우리는 잡았던 손을 다시 잡는다
돌던 운동장을 다시 돈다
운동장은 어디서 끝나니
너는 묻지 않았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까 지나쳤던 나무는
어디서 시작했는지 알 듯도 한데
벌써 나무는 몇번이나 멀어졌는지 모른다
눈이 왔으면 좋겠다
너는 혼잣말을 하고
그러면 발자국이 생길 거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연애] 부분 발췌

 

 

임승유

2011년 《문학과사회》에 「계속 웃어라」 외 4편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그 밖의 어떤 것』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생명력 전개』가 있다. 김준성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 2017년 현대문학상, 2016년 김준성문학상(21세기문학상, 이수문학상), 2011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

-저자소개 출처: 알라딘 북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4117838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 문학과지성 시인선 547 | 임승유

문학과지성 시인선 547권. 첫 시집 이후 김준성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연달아 거머쥐었던 시인 임승유의 새 시집이 출간됐다. 임승유는 일상에 밀착된 언어들을 활용해 알 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www.aladin.co.kr

 

이 시집에 어울리는 노래로 바닐라 어쿠스틱의 나와(with me)를 골랐다. 

https://www.youtube.com/watch?v=KFbNto1pcX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