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Hrs to 2 Wks - (P)oetry 시

P002. 피아노 - 최하연

TMLove 2025. 2. 10. 12:56

 

버스 기사에게 내가 알고 있는 이름이란 이름은 다 대보았지만
그 어느 곳도 가지 않는다고 한다. 
길이 없는데도 길이 있다는 거지.
이정표 아래 봉분을 만들고 나의 늙은 몸이 솜처럼 폭신해질 때 까지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었는데.
수중보 아래. 터미널이 보이는 모퉁이에서. 지방문화재 릉릉에서

-[지방문화재 릉릉] - 부분 발췌 

 

<피아노> 최하연 저. 문학과 지성사. 2007년 초판본



2월의 시집으로 <피아노>를 읽었다. 2007년 11월에 출간된 문학과지성 시인선 339번이었다.

 

'시집 <피아노>는 언어에 대한 자각이 없이는 다가가기 힘든 세계이다.' 책날개에는 이런 문장으로 이 시집의 설명을 시작하고 있었다. 언어의 새로운 경지를 향해 유영해 간다는 작품 설명으로 내게 어떤 동감을 이끌어내려고 시도했다면 실패했다고 보면 된다. 

 

나 스스로 언어에 대한 자각이 없다고 고백하라고 한다면, 그렇게라도 해야겠지. 내겐 이해 범주를 벗어난 세계였다. 문학에 입체주의나 초현실주의를 시도한 것이라고 봐야 할까 싶다. 작가의 언어유희인지, 약에 취한 상태인지, 나의 사고가 정지 당한 건지, 아니면 그간 순수문학을 많이 읽지 못해 내 문해력수준이 바닥을 친 건지, 정말 한치 앞의 문맥도 파악할 수 없었다. 

 

그의 작품이 한국 시문학에 부는 새로운 흐름을 타고 흘러가는 새로운 파벌인지, 아니면 독보적인 스타일인지, 21세기에 환생한 이상인지 알지 못한다. 이미 발행된 지 20년이 다 되어 가는 작품이라 어쩌면 이 흐름도 모르는 사이 지난 트렌드일 수도 있고, 첫 번째 시집이라 과도기의 형태일 수도 있겠다. 여전히 나는 교과서에 이름을 올리던 옛 시인들의 범주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보니 구시대적 잣대를 놓지 못하고 있는 시대적으로 한참 뒤처져 있는 형편일 수 있다. 인터넷에서 그에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출판사의 서평에 '고독한 상상력을 꿈결 같은 허공 위에 직조해내는 시인'이라는 찬사를 읽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무엇일까? 왜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지? 시집을 다 읽고 뒷편에 작품 해설을 읽다가 덮었다. 이건 본편보다 더 난해하잖아. 읽다 보면 나의 무지를 조롱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범접할 수 없는 경지라면 잠시 물러서야지. 초등학생이 대학원서를 들고 씨름한다고 던져버렸다고 표현함이 옳을 것 같다. 한 달 내내 시집 한 권을 붙들고 읽겠다는 목표는 벌써 무너졌다. 한 달 동안 붙들고 있기에 시집 전체를 통틀어 너무 난해하다. 모든 시들에 다 공감할 필요는 없겠지. 이 넓고 넓은 세계에. 이렇게 읽을 거리가 많은 세상에. 

 

갈아입을 옷 하나 없는 어둠과 아무것도 차리지 않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다
내가 삼키고 있는 어둠이 내 다리를 뜯는 어둠의 손을 꼭 잡고 있다
너무 먼 거리를 돌아와 쥐가 난 종아리가 그들의 위장 속에 있다
어둠 한 숟갈 덜어내고 남은 자리에 누워 어둠과 OO하고 싶다

- [물구나무 빌라] 부분 발췌

 

 

그러다가 굳이 부연을 생각해 낸다. 이 소름까치는 글들이나 거슬리는 분열된 문장들을, 이 작품세계를 인더스트리얼 메탈이나 데스메탈이라고 투영한다면, 하드 고어 슬래셔 무비라고 비유한다면, 내 취향이 아니었을 뿐, 어떤 독자층에는 공감과 위로가 되는 글일 수도 있겠다고. 언젠가 내 이해의 폭이 넓어질 시간대를 기다리자고, 다시 책장에 고이 모셔 두기로 했다. 

 

 

이 도시의 생선은 썩지도 않아, 그 남자의 작업실엔 세상의 모든 물고기의 토막들이 매달려 있다네, 
어제 만졌던 물고기를 오늘 또 만지며, 저 혼자 벙긋거리며, 그렇게 토막들은 점점 말라가고 있는 것

-[나의 몸은 싸움터라네] 부분 발췌

 

 

오늘은 만선이었고, 만선 직전의 어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네.
얼마나 더 가야, 그 섬에 닿을지, 얼마나 더 가야, 나는 섬 밖에서 섬을 바라볼 수 있는지,
누군가 모든 길들을 처음으로 되돌리고 있는데

-[콘체르토] 부분 발췌

 

 

최하연

2003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피아노』 『팅커벨 꽃집』 『디스코팡팡 위의 해시계』가 있다.
수상 : 2003년 문학과 사회 신인문학상

-작가소개 출처: 알라딘 북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09624

 

피아노 | 문학과지성 시인선 339 | 최하연

누군가 엿듣기를 바라는 독백, 혹은 누군가와 함께 발견하고 싶은 독백이라는 평가와 함께, 2003년 제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한 최하연 시인의 첫 시집. 시인은

www.aladin.co.kr

 

이 시집과 어울리는 곡으로 The White Stripes의 Seven Nation Army를 골랐다. 듣다 보니 꽤 잘 어울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0J2QdDbel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