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Hrs to 2 Wks - (P)oetry 시

P009. 햇살방석 - 윤효

TMLove 2025. 7. 30. 09:07

 

저 작은 술잔이 휘모리 자진모리 굽이치는 설움더미들

어떻게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모두 담아낼 수 있는지

이 땅에 쉰 넘어 살면서도 나는

아직 

모른다.

 

그러면서도 꾸역꾸역 시를 쓰고 있다

 

쐬주는커녕 소주 맛도 모른 채 시를 써대고 있다

 

-<딱하여라> 전문

 

 

<햇살방석> 윤효

 

 

7월에 고른 시집은 윤효 시인의 <햇살방석>.

2008년 11월 2일 1판 1쇄본. 

 

윤효 시인의 시를 처음 접한 것은

십여년전 한 앙솔로지에서였다. 

예전에 무작정 인기있던 노래들이 듣고 싶을 때

사던 편집음반처럼

작가나 시인의 이름을 잘 모르지만 시가 읽고 싶어질 때

시 모음집을 샀다.

학창시절 배웠던 교과서에 게시되어 있지 않은 시인들,

베스트셀러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시인들,

새로 등단한 시인들의 시들을 접하기에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

특히 신인들이나 최근 각광받는 신진세대들의

시들을 발견하고 싶었기에 <좋은 시 2010>을 구입했었다.

 

그런 의도였음에도 

300여편이 넘는 시들 중에 

1956년생의 윤효라는 시인의 시 한편, <어느 부음>에 꽂힌 건

아이러니했다.

 

<좋은 시 2010> 삶과꿈 출판. 2010년 2월 15일. 초판 1쇄.

 

 

2009년 3월 8일 오후 3시 30분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자이언트 코끼리가 입적했다.

1952년 태국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우리나라 무문관으로 출가한 자이언트는

잿빛 가사 한 벌에 의지해 오직 용맹정진

장좌불와를 넘어 평생을 앉거나 눕지 않았다.

그 서릿발 수행을 통해

좌탈입망의 경지에 이른 자이언트는 비로소

고요히 앉아 열반에 들었다.

향년 58세, 법랍 55년.

 

-<어느 부음> 전문 -  출처: <유심> 2009년 5-6월호 /

좋은 시 2010. 삶과 꿈. 

 

 

세상에 유행하던 B급 유머, 블랙유머, 아재유머 등의 

'유머'라고 표현하기 보다

'해학'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그만의 매력이 있었다 .

이 재기와 해학은 오묘했다. 

느낀 점을 말하라고 하면, 뭐라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용맹정진해왔던 코끼리의 열반을 두고

난 어떤 답을 내릴 수 있을까. 

이 시인의 시들은 대부분 이런 걸까.

호기심이 들었다.

 

답을 찾기 위해 그의 시집 <햇살방석>을 바로 구입했다.

 

그의 글에선 어떤 천재적인 영감이나

광적인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범접할 수 없는 완벽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세월에 이리저리 치이고

하루하루 살아가다 한자 한자 남긴 것

또는 평범한 일상에

일기 대신 몇자 벽에 적어 놓았다고 해도 믿을. 

 

 

녀석이 웬일로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별일이었다.

"선생님, 방학이 싫어요."

"선생님을 못보잖아요."

천방지축으로 나대던 녀석이었다.

학기 내내 속만 썩이던 녀석이었다.

 

-<아름다운 학교 13> 전문

 

 

이 글이 시인지, 메모인지, 기록인지, 

제 3자인 독자로 갸웃거리면서도

그는 이런 감성을 나누기 위해

어떤 인생을 살았을 지 알아가기 보다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냐며 

손사래를 친다. 

그냥 그 상황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의 글은 시각적으로 뛰어나

그 상황과 진행에 관한 그림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제 가슴팍 부여잡고 목을 놓던 지난 여름 그 매미의 

핏빛 울음을 나무는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풍> 전문

 

그냥 받아들이니

편해졌다.

평범한데 

평범하지 않은 글과

단조로운데

단조롭지 않은 음파로

 

아, 키스 자렛의 피아노 연주 같았다.

고요했던 감정을 일렁였다.

느릿느릿 눈을 돌리다 마주해 버린

7월

윤효의 시풍이 불었다. 

더운 열기가 

온기로 다가왔다.

 

 

올봄에도 지독한 황사가 찾아왔습니다.

지난겨울 몽골평원에 갔던 누군가가

고비사막에 갔던 그 누군가가

또 한 여자를 울리고 왔나 봅니다.

 

-<황사> 전문 

 

 

 

윤효

 

1956년 충남 논산 출생. 본명은 창식昶植
1984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물결』 『얼음새꽃』 『햇살방석』 『참말』 『배꼽』 『시월詩月』
시선집 『언어경제학서설』
편운문학상, 영랑시문학상, 풀꽃문학상, 동국문학상,
충남시협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작은詩앗·채송화〉 동인

-출처: 알라딘

 

https://www.youtube.com/watch?v=C6tIzxmPCQE&list=RDC6tIzxmPCQE&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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