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Hrs to 2 Wks - (P)oetry 시

P013. 그리운 여우 - 안도현

TMLove 2025. 10. 11. 15:20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사랑] 전문

 

 

<그리운 여우> 안도현 저

 

9월에 마지막으로 안도현 시인의 [그리운 여우] 2000년 5월 초판 9쇄본을 읽었다. 

 

[그리운 여우]는 1990년대 말 스테디셀러였다. 

어슴푸레 기억한다. 

이 시집을 좋아했었던

몇 편의 시가 사로잡았던 날들을

고달프지 않은 적 없었던 

매달리고 버티던 젊은 날들을

그러면서 처량한 시를 좋아하던

그땐

 

나는 꽤 청승맞게 보였을 지 모르겠다. 

 

 

길이 없다면
 내 몸을 비틀어 
너에게로 가리

세상의 모든 길은
뿌리부터 헝클어져 있는 것
네 마음의 처마끝에 닿을 때까지
아아, 그리하여 너를 꽃피울 때까지
내 삶이 꼬이고 또 꼬여
오장육부가 뒤틀려도
나는 나를 친친 감으리
너에게로 가는 
길이 없다면

-[등나무 그늘 아래에서]  전문

 

 

애정결핍으로

매달리고 치이던 시절

안절부절한 인간관계에

지치고 허우적대던 때

만났던

 

암기가 뛰어나지 않았기에

외우기도

써먹기도 좋아서 

좋아했던 짧은 시들

 

다시 만났다.

여전히 좋았다.

 

시 쓰다가 
날선 흰 종이에 손 벤 날
뒤져봐도
아까징끼 보이지 않는 날

-[외로움] 전문

 

*  *  *

 

내 자취방 창호지는
안과 밖을 따로 구분 짓지 않는
바람의 비무장지대 

-[경계] 전문

 

*  *  *

 

내 키만한 슬레이트 지붕 아래
한 달에 3만원 내는 방 한 칸을 얻다
외로움도 오래 껴안고 자다보면
애첩이 되리

-[지상의 방 한 칸] 전문

 

 

 

발행된 지 어언 이십여년이 훌쩍 넘었기에 세대차를  보이는 고유명사와 표현이 현재의 청년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할 것 같아 보이지만 또 몇십년 몇백년이 지나간들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하고 사람의 감정도 매한가지니 이해와 공감은 어긋나지 않겠다.

 

흔한 표현 중 하나인 '사람 냄새나는...'이 걸맞는 시집이었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서민층 어느쯤의 화자가 도시생활과 전원생활을 아우르는 이야기를 다룬다. 정치, 문화, 역사, 사회, 시대를 대변하는 시라던지 극한의 슬픔이나 아픔, 또는 절대적 사랑에 관한 것보다 평범한 일상을 적는다. 그 평범한 삶의 냄새가 뭉클하게 퍼져나간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 없다면
아, 이것마저 없다면


-[퇴근길] 전문

 

 

퇴근 길

지인들과 한 잔 하고 싶어졌다.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또 세 잔이 될까봐

망설이다가 

망설이다가

깊어질까봐

연락하지 않고 버스를 탄다. 

 

 

 

안도현

스무 살에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이 되었다. 그동안 열한 권의 시집과 다수의 동시, 동화, 산문집을 냈다. 1996년에 출간한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는 국내에서 150만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해외 15개국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다. 소월시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지금은 경북 예천의 강변이 보이는 집에서 텃밭의 풀을 뽑으며 산다.

수상 : 2012년 임화문학예술상, 2009년 백석문학상, 2007년 윤동주문학상, 2005년 김준성문학상(21세기문학상, 이수문학상), 2001년 노작문학상, 1998년 소월시문학상,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저자소개 출처: 알라딘 북

 

https://www.youtube.com/watch?v=wNBiH-H5kTw

Time in a bottle - Jim Cro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