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Hrs to 20 Days-(B)ooks 소설과 논픽션

B017. 니클의 소년들 - 콜슨 화이트헤드

TMLove 2026. 2. 27. 08:29

 

퓰리처상 수상작,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클의 소년들 The Nickel Boys]을 읽었다. 2020년 12월 1판 2쇄본이었다.

 

 

 

몇 년 전, 한국 프로 축구 구단 포항 스틸러스에 고교 졸업 예정의 열아홉 센터백 수비수가 입단해 화제가 되었다. 185cm, 80Kg의 체격에 높은 점프력과 제공권 장악이 특기인 소년은 한국어는 당연하고, 프랑스어영어, 포르투갈어 포함 4개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 앙골라 출신 난민 아버지를 따라 여섯 살 때부터 한국에 정착해 초·중·고를 모두 수료한, 난민 가정 출신으로 최초의 프로 선수가 된 풍기 사무엘이다.  가정형편으로 외국인학교를 다닐 수 없어 공립학교에 줄곧 다녔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어려서부터 편견과 차별을 받아왔다. 그로 인해 철이 빠르게 들었다며 첫 월급을 받으면 은사들에게 식사대접을 하는 것과 축구 선수로 성공해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순박하고 좋은 인성에 굳은 의지가 느껴졌다. [니클의 소년들]을 읽는 동안 주인공 엘우드 커티스의 이미지로 풍기 사무엘의 얼굴을 떠올렸다. 

 

세상은 생각 없는 군중이라도 엘우드는 그들 사이를 뚫고 똑바로 걸어가리라. 그들이 그에게 욕을 하고 침을 뱉고 폭력을 휘둘러도 그는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피로에 지치고 피투성이가 되어도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 113p

 

 

1960년대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에서 십대소년 엘우드가 겪는 흑인 인권 운동이 일어나던 시기를 다룬 [니클의 소년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엘우드는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버려져 할머니에게 키워졌지만, 그 동네 또래의 흑인 아이들과 다르게 전 과목에 A를 받아가며 대학 입학 준비를 해왔다. 열세살 부터 담배가게에서 파타임을 하며 집안 살림을 돕고 학비를 모았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마틴 루터 킹의 연설문 [자이언 힐의 마틴 루터 킹] 앨범을 들으며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려는 꿈을 키워갔다. 어느 날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고등학생 신분으로 대학에 강의를 들으러 가던 중에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량 절도범으로 오해를 받게 되고, 니클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소년 감화원으로 끌려가게 된다. 

 

흑인과 백인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짐 크로 법(Jim Crow Law)이 여전히 공공연히 이뤄졌던 1960년대. 니클에서 졸업할 때까지 엘우드는 채찍과 독방 감금, 노예 같은 노동 착취 등의 인권 유린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흑인 주제에 백인과 같은 말투로 말을 하고, 배운 것이 많아 니클에서 더 나은 교육을 요청하는 그를 골칫덩이로 생각하는 감화원 담당들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빠져나가려고 인내하며 버텨간다. 

 

그리고 40여 년이 지나 3년 전 문을 닫은 니클 아카데미. 부동산 개발회사가 재개발 공사를 하는 와중에 숨겨진 묘지, 부트 힐이 발견된다. 두개골에 구멍이 뚫리거나 대형 산탄이 잔뜩 박힌 갈비뼈 등이 포함된 마흔세구의 시신이 발굴되고, 일곱 구는 신원조차 밝혀지지 못한다. 언론들이 이 사건을 주목하자, 뉴욕에 살고 있던 엘우드는 그곳의 일들을 세상에 폭로하기로 결정하고 플로리다로 향한다. 

 

어쩌면 바깥의 자유로운 세상에서는 그놈들도 착한 사람일지도 모르지. 잘 웃고, 자신들한테 잘하는 사람인지도… 내가 한 번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여기에서 특별히 사람들이 변하는 게 아니야. 여기든 바깥이든 다 똑같아. 다만 여기서는 아무도 가식을 떨지 않을 뿐이지. – 107p

 

구타, 강간, 그들 사이에서 가차 없이 벌어지는 적자생존. 그들은 견뎠다. 하지만 그들을 망가뜨린 자들을 사랑하라고? 그게 가능할까? ‘우리는 당신들의 물리력에 영혼의 힘으로 맞설 겁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해도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사랑할 겁니다.’ 엘우드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 216p

 

 

 

 

 

2월은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이다. 학교나 도서관, 여러 문화센터에서 기념행사를 하는 것을 보게 되면 아, 2월이구나란 생각 외에는 특별함을 가질 수 없었던 달이다. 한국에서 가정의 달 또는 호국 보훈의 달이라 기념해도, 관계자가 아닌 바에야 굳이 무엇을 알아보거나 기념하려 들지 않는 게 일반적이지 않던가. 그래서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클의 소년들>을 집어든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미국 고전으로 기록될 동시대 최고 작가의 퓰리처상 수상작,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의 최신작, 책 커버에 적힌 유명 소설가 정유정과 천명관이 적은 "전율을 느끼고 황홀한 기분을 갖게 해주는 책"이라는 추천사 등을 보고 구입 안할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오히려 콜슨 화이트헤드가 흑인이며, 하버드를 졸업하고, 문학상들을 휩쓸고, 현 북미 문학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세상은 계속 그를 가르치려 들었다. 사랑하지 마라, 그들이 사라질 테니. 믿지 마라, 배신당할 테니. 일어서지 마라, 얻어맞고 무릎 꿇게 될 테니. 그래도 그의 귀에는 고결한 명령이 계속 들려왔다. 사랑하면 사랑의 보답이 있을 것이다. 올바른 길을 믿으면 그 길이 너를 해방으로 이끌 것이다.  -244 p

 

 

스토리에 빠져 애통하고 격분하다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여러 소설들의 편린들이 떠올랐다. [호밀 밭의 파수꾼], [데미안], [노르웨이의 숲],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그런데 그 주인공들이 겪던 방황, 상처와 고통이 니클의 소년들에 비하면, 어리광이라고 또는 사치스럽다고 느껴졌다. 사슬에 묶이고, 쇠막대와 채찍만 기억될 때까지 매질당하며 쇠로 된 징벌 상자에 갇혀 햇빛에 익어가는 고통이었다. 개들에게 쫓기며 총탄에 맞고 아무도 모르게 묻혀지는 상황이었다. 백인들이 지나가면 길을 비켜주어야 했고, 백인이 이용하는 호텔이나 음식점에 들어갈 수 없었으며버스의 좌석이, 화장실이 인종에 따라 나누어져 있었던, 짐 크로 법을 어기면 5달러의 벌금을 내거나 노역을 했어야 했던 시대였다. 불과 50여 년 전에 횡행하던 그 시절의 피해자들과 비교하기조차 무색했다. 

 

삼백 년간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당했던 때를 돌이켜보고 자신의 길을 당당히 헤쳐갔던 흑인들을 추앙하는 흑인 역사의 달인 2월이다. 흑인뿐만 아니라 미국에 사는 모든 유색인종들과 소수민족들도 함께 기념하길 바란다. 인종의 평등과 자유는 오랜 기간 쌓아온 피와 눈물의 성취이다. 보려 하지 않았던 아픈 과거의 역사를 마주하니그동안 눈을 감고 있던 채로 네 이웃을 어찌 위로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자괴감이 들도록 그 대면은 가슴 아프고 미안했다. 

 

서점에서 발견한 반가운 책

 

 

 그리고 풍기 사무엘은 코로나19 때문에 3월로 연기된 한국 귀화 시험으로 인해 이번 시즌 선수 등록을 하지 못했다.  그의 프로 선수 계약 조건에는 한국인 귀화가 필수 조건이었고, 귀화에 실패하면 파기되는 계약이라고 알려졌다. 차별 없는 경쟁에서 이겨내어 언젠가 꼭 태극마크를 단 풍기 사무엘을 응원한다. 

 

- Feb, 2021. Published @ Touch Story Lab.

 

https://youtu.be/2V0WTzUN6q0

 

 

 

수원출입국·외국인청, ‘난민 18년’ 앙골라 청년 등 귀화자 89명에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 - 중

수원출입국·외국인청은 ‘2026년 제3회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식’에서 경기 남부지역에 거주 중인 귀화자 89명에게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수여했다고 30일 밝혔다.이날 행사에서 귀화자 대표

www.joongboo.com

 

콜슨 화이트헤드 Colson Whitehead -

1969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나고 자랐으며,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 《직관주의자(The Intuitionist)》(1999)로 데뷔한 이후, 두 번째 작품 《존 헨리의 나날들(John Henry Days)》(2001)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에 비견되는 《제1구역》(2011) 등 세 편의 소설과 두 편의 에세이를 집필다. 여섯 번째 소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2016 전미도서상과 2017 퓰리처상, 앤드루 카네기 메달, 아서클라크상을 수상했으며, 2017년 〈타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다. 2019년 발표한 《니클의 소년들》로 2020 퓰리처상, 오웰상, 2019 커커스상을 받으면서 퓰리처상을 두 번 수상하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웠다. ‘자신만의 미국 고전 장르를 창조해 가고 있다’는 극찬을 이끌어낸 《니클의 소년들》은 〈타임〉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 주요 매체에서 최고의 소설 TOP10에 선정되었다.

저자 소개 출처: 알라딘 북스

 

니클의 소년들 | 콜슨 화이트헤드 | 알라딘US

 

니클의 소년들 | 콜슨 화이트헤드

2020 퓰리처상 수상작.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니클 캠퍼스에서 의문의 비밀 묘지가 발견된다. 두개골에 금이 가고 갈비뼈에 산탄이 박힌 수상쩍은 유해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고, 전국의

www.aladin.co.kr

 

 

-2026년 2월의 첨언

*귀화에 실패한 풍기 사무엘은 축구 선수의 꿈을 이어가지 못하고 구단에서 나왔다. 2024년 축구 선수 생활을 마감한 후, 헬스 트레이너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2026년 1월, 한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수원출입국·외국인청, ‘난민 18년’ 앙골라 청년 등 귀화자 89명에 대한민국 국적증서 수여 - 중부일보

 

*올해 지역에서 벌어지는 흑인 역사의 달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는 모교에서 진행되었다. 블리자드가 오고 주차난에 힘들어도 강당은 가득 채워졌다. 행사에선 흑인의 애국가 Black National Anthem이라 불리는 "Lift Every Voice And Sing"을 함께 불렀다. 다들 함께 부르는데 나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런 노래가 있음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다음에는 함께 부를 수 있도록 연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dznIDeycsk

Lift Every Voice And Sing - Kings Ret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