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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019. 사양 - 다자이 오사무

TMLove 2026. 3. 22. 15:15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 [사양]을 읽었다. 출판사 인디북에서 나온 2003년 9월 초판 1쇄본이었다. 현재 이 책은 단종되었으나 다른 출판사들을 통해 다양한 번역본이 현재 판매되고 있다. 

 

 

 

 

내가 읽은 인디북 출판사의 [사양] 책에는 삽화가 있었다. 매 페이지 하단에는 아이콘 같은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책은 마치 청소년도 아닌 초등학생들을 위한 동화책 같은 느낌이었다. [우동 한 그릇]이나 [하치 이야기]와 같은 류의 일본의 감성 동화 같았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같은 고전을 초등학생이 읽기 쉽게 풀이한 것 같았다. 제목도 사양. 부제는 "삶의 고즈넉함".  난 일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사양 [辭讓] '겸손하여 응하지 않거나 받지 않음'인 줄 알았다. 혹시 일본판 [월든]인 건가? 예전에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을 읽다가 접은 기억이 나는데, 도통 이 작가의 성향이나 작품 세계를 읽기 전까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천 엔 빚을 갚아야 하는데, 겨우 오 엔이라. 세상 속에서 나의 실력은 고작 이 정도다.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데카당?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지 않나. 그런 말을 하며 나를 비난하는 사람보다는 죽음을 택하라고 하는 사람이 더 고맙다. 깔끔하지 않은가. 하지만 사람은 좀처럼 '죽어'라는 말을 못하는 법이다. 인색하고 신중한 위선자들이여! 
정의?소위 계급투쟁의 본질은 그런 것에 있지 않다. 인간의 도리? 웃기고 있네. 난 알고 있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상대방을 넘어뜨려야 한다. 죽여야 한다. 사망선고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허튼 수작 부리지 마라 - 85p

 

 

제목인 사양  [斜陽]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았다. 1. 해질 무렵에 비스듬히 비치는 햇빛. 2. 새로 나타나는 것에 밀려서 낡은 것이 점점 몰락하여 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우리가 실생활에 자주 쓰는 '석양'과 같은 의미였다. 1947년에 발간된 후부터 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몰락해 가는 귀족 계급의 삶을 통해 “사양족(斜陽族)”이라는 시대적 개념을 만들어낸 소설이라고 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쟁 후 일본에서 귀족 가문 출신이었던 가즈코는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시골로 내려와 생활을 시작한다. 시대는 완전히 변해서 더 이상 귀족가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었다. 빚은 늘어갔고, 어머니는 점점 쇠약해졌고,  동생 나오지는 방탕한 생활 끝에 알코올 중독과 마약에 빠져 있었다. 가즈코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와중에 나오지의 지인인 작가 우에하라를 만나 사모하게 된다. 유부남인 그와 관계를 맺게 되고 아이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이 같은 편지에 대해 만약 비웃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여자의 살아가는 노력을 비웃는 사람입니다. 여자의 생명을 비웃는 사람입니다. 저는 항구의 숨막힐 듯한 탁한 공기에 견딜 수 없어서 태풍이 몰아쳐도 돛을 올리고 싶습니다. 쉬고 있는 돛은 지저분한 법. 저를 비웃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쉬고 있는 돛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 p123

 

 

 

 

 

소설의 이야기는 매우 느리게 흘러갔다. 첫 챕터는 이혼한 딸 가즈코가 왕족이었던 어머니와 함께 시골에 내려가서 사는 이야기였다. 글은 잘 읽혔지만,  전반에는 지루한 면이 있었다. 고전을 읽으면 의례 벌어지는 일이다. 발단과 전개 과정이 길고 요즘과 다르게 사건과 사고가 자주 벌어지지도 않아 긴장감이 덜하다고 판단의 잣대를 댄다. 고전의 세계란 그렇다고. 그러나 전개를 넘어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갈 때, 몰입감에 숨을 죽였다. 절정의 언덕을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니 내려올 때는 쉴 새 없이 굴러간다. 멈출 수 없었다. 전통과 가치관이 무너진 사회와 무너진 가정 속에서도 꿋꿋하게 싸워 나아가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내 감상은 이랬다. 미치게 잘 썼다. 책 제목마저 완벽했다. 수많은 다음 세대 및 현재까지 활동하는 요시모토 바나나나 무라카미 류 등의 많은 작가들이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전에 나는 고전소설을 classic 소설로 생각하기보다 그저 old 소설로 생각할 때가 있었다. 그와 더불어 근대소설을 고전소설과 같은 테두리에 묶어 근대소설을 잘 읽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본과 한국의 근대소설을 읽고 놀랐다. 소품과 시대상의 어투 차이가 있을 뿐, 현대와 다를 바 없었으니까.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후에도 그들은 전기를 썼고, 자동차를 몰았으며, 영화 관람을 했고, 최신 재즈에 민감했다. 신간 소설을 읽거나 시를 낭송했고, 그림을 관람했다. 나의 무지가 부끄러웠다. 오히려 지금이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임에도 시간과 장소에 쫓겨 누리지 못하고 스마트폰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미래 사회 속에 지금이 혼돈의 근대 사회일 텐데, 나는 그들이 보기에 충분히 현명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자문하게 했다. 

 

 

 

 


다자이 오사무 (太宰治)

1909년 일본 아오모리현 쓰가루군의 대지주 집안에서 11남매 중 열째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 아버지는 명망 있는 정치가였다. 1930년 도쿄 제국 대학 불문과에 입학했다. 같은 해 긴자의 카페 여급과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치고 본인만 살아남았다. 좌익 활동에 가담하기도 했으나 경찰에 체포된 뒤 청산하고, 1933년 다자이 오사무라는 필명을 사용한 첫 작품인 「열차」를 발표했다. 1935년 「역행」으로 제1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으며, 1936년 첫 소설집 『만년』을 출간했다. 젊은 시절 여러 번의 자살 시도와 약물 중독으로 자기 파괴적인 생활을 했으나, 결혼 후 조금씩 안정을 찾으며 「여학생」(1939), 「후지산 백경」(1939), 「달려라 메로스」(1940) 등 그의 명성을 확립해 준 작품들을 발표했다. 1947년 발표한 『사양』은 당시 <사양족>이라는 유행어를 낳을 만큼 큰 사랑을 받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1948년, 다자이는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며 쓴 소설 『인간 실격』을 완성한 뒤 애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다마가와 수로에 뛰어들었다. 서른아홉 살 생일의 이른 아침, 그는 동반자와 함께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파괴적이고 퇴폐적인 감수성으로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며 전후 일본 젊은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는 사회에서 낙오하고 지쳐 버린 사람들의 대변자로서 일본 현대 문학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가 되었다.

-작가소개 출처: 알라딘 북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7331195

 

사양 | 다자이 오사무 컬렉션 2 | 다자이 오사무

『무진기행』의 김승옥 기획 <다자이 오사무 컬렉션> 2권. 1947년 2월에 집필을 시작, 6월에 탈고. 7월부터 10월까지 ‘신조’지에 연재. 그해 겨울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천재 작가 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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