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었다. 현대문학에서 출판된 2009년 2월 초판 10쇄본이었다.
마리암은 소파에 누워 무릎 사이에 손을 넣고 눈발이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나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여자의 한숨이라고 했었다.
그 모든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작은 눈송이로 나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 위로 소리 없이 내리는 거라고 했었다.
-125p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머니 나나와 함께 오두막에서 살던 사생아 마리암은 열다섯 번째 생일날 세 명의 부인을 둔 친아버지 잘릴의 집을 찾아간다. 밤새 집 앞에서 기다렸으나 체면과 평판 때문에 그녀를 집으로 들여보내지 않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진실로 그녀를 사랑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그녀의 어머니는 자살을 했다. 혼자가 된 마리암은 아버지의 세 부인들에 의해 강제 결혼을 하게 되고 카불로 떠난다. 남편은 전처와 아들을 잃은 기억이 있는 마흔다섯의 구두수선공 라시드. 사랑이 없던 결혼에도 마리암은 꿋꿋이 살아가려 하지만 여러 번의 유산으로 남편의 무시와 폭행 속에 노예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또 하나의 주인공 열네 살의 라일라. 지뢰에 다리 한쪽을 잃어버려 의족을 쓰는 동네 친구 타리크를 사랑하고 임신하게 된다. 타리크는 전쟁을 피해 파키스탄으로 이주하며 라일라에게 같이 떠나자고 말했다. 가족을 버릴 수 없었던 라일라는 따라가지 않는다. 몇 주 뒤 라일라는 집으로 날아온 로켓탄에 의해 온 가족을 잃는다. 타리크마저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절망에 빠진 그녀는 임신 사실을 숨기고 마리암의 남편 라시드의 후처가 된다. 결혼 후 마리암과 계속 부딪치게 되지만, 태어난 딸 아지자를 통해 둘은 친구와 같은 사이가 된다. 그 뒤 둘은 함께 가정폭력을 일삼는 라시드로부터 탈출을 시도했다. 남성이 없는 여성의 여행을 금지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경찰에게 붙들려 남편에게 돌려보내졌고 더 심해진 폭언과 폭행 속에 살아간다. 전쟁은 심화되었다. 남편은 직업을 잃고,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죽었다고 믿었던 타리크가 라일라를 찾아온다. 딸이 사생아라고 의심했던 라시드는 라일라를 죽이려 했고, 마리암은 그녀를 지키려고 라시드를 살해하게 된다.
권력은 이제 민중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 영광스러운 새 시대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아프가니스탄이 태어났습니다. 아프간 민중 여러분, 여러분은 두려워할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새로운 정권은 이슬람적이고 민주적인 원칙들을 최대한 존중할 것입니다. 지금은 기뻐하고 환호할 때입니다.
-138쪽
냉전 당시 미소 중 어느 진영에도 들어가지도 못하고 빈곤과 기아에 시달렸던 최빈국들이 많았다. 그중 아시아에 포함된 여러 최빈국 중 하나인 아프가니스탄은 한반도의 약 세 배의 국토를 가졌으나 인구는 사천만이다. 알렉산더와 징기스칸에, 1970년대에는 소련에 점령당했었고, 왕정과 공산주의, 민주주의로 교체되어 오며 오랜 내전 속에 신음해 왔던 나라이다. 2007년에 있었던 샘물교회 피랍 사건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탈레반의 나라로 지금껏 각인되어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이란 낯선 나라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된 것은 1887년 첫 출간된 코넌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주홍색 연구]를 통해서였다. 화자를 담당했던 존 왓슨이 아프간에서 부상을 당해 돌아온 군의관 출신이었다. 그리고 1980년대 헐리우드 액션 영화 람보 시리즈 3편이 아프가니스탄 배경이었다. 모두 서방의 눈을 통해 그들의 세상을 비춘 것뿐이었다. 먼 시간을 돌아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만났다. 아프간을 이해하겠다는 목적으로 내 소설을 일부러 읽지는 말아 달라고 할레드 호세이니가 최근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소설책 한 권으로 그 나라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다만 타문화권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에 만족한다. 첫걸음이 항상 어려우니까.
최근, 모든 제국들의 무덤이었던 아프가니스탄은 미군들이 철수하고 난 지 3개월 만에 탈레반의 손에 들어갔다. 20년을 끌어오던 오랜 내전은 셀 수 없이 벌어지는 여성 탄압과 수백만 명의 난민들이 엑소더스로 마무리되었다. 슬프고 안타까워도 먼 이야기처럼 들렸었다. 정치 경제 문화 종교 지리적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탓도 있고, 제3세계 국가들을 향한 무관심과, 동북 아시아와 유럽, 미국에만 편중되어 온 학교 교육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읽어온 해외 문학은 주로 일본과 중국, 그리고 영미 문학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알랭 드 보통 이후 프랑스 문학이 인기를 끌었고, 장르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북유럽 문학이 등장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 외 지역들의 작품들은, 특히 이슬람 국가들의 문학은 특히 접하기 어렵다. 이것은 문학뿐만 아니라 영화와 음악 등 문화 전반에 걸쳐 있는 현실이다.
중세 십자군 전쟁 당시부터 시작된 기독교와 이슬람의 갈등은 조작된 반이슬람 선전과 편견을 만들어냈고, 그렇게 수세기동안 만들어진 선입견은 쉽게 무너지지가 않는다. 미국인 과반수가 이슬람 세계에 존경할만한 것이 거의 없거나 전혀없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지헤의 집, 이슬람은 어떻게 유럽 문명을 바꾸었는가. - 조너선 라이언스 저. 책과 함께 -37-38p 중에서

암묵적으로 이슬람을 문화적 대척점으로 삼거나 터부시해 왔던 것 같다. 9.11 테러를 경험한 후로는 보이지 않는 벽을 더 쌓아 올렸다. 그렇기에 이슬람의 나라인 아프간을 배경으로 한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눈부신 경험이었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임에도 모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꾸준히 써왔다. 강대국에 둘러쌓인 채 부정부패가 만연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역사에도 쉽게 볼 수 있었던 지라 유대감을 쉽게 형성할 수 있었다.
17세기 당시 페르시아의 유명 시인 사에브에타브리지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으로 비유했던 수도 카불. 그곳에서 온갖 차별을 견디며 두 여성의 기구한 삶과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니 Freedom is not free라던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관에 적혀 있는 글도 떠올랐다. 지금 누리는 자유를 돌아보게 된다.
- Sept. 2021. Published @ Touch Story Lab.
-2026년에 쓰는 첨언.
다시 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졌다. 슬프다. 빨리 종결되기를.
할레드 호세이니
1965년 카불에서 태어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작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아홉 살에 파리로 가, 1980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로 일하는 틈틈이 작품을 써서, 2003년 첫 장편소설 『연을 쫓는 아이 Kite Runner』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 책은 출간 후 101주 동안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영화화되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여성들의 삶을 다룬 두 번째 장편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A Thousand Splendid Suns』을 발표해 49주 동안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13년, 아프가니스탄 남매와 가족의 사랑을 다룬 세 번째 장편소설 『그리고 산이 울렸다 And the mountains echoed』를 발표했다. 2006년 유엔난민기구의 친선대사로 임명되었고, 현재 NGO 활동과 더불어 할레드 호세이니 재단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인도주의적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작가 소개 출처: 알라딘 북스
'2 Hrs to 20 Days-(B)ooks 소설과 논픽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B020.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 전경린 (3) | 2026.04.02 |
|---|---|
| B019. 사양 - 다자이 오사무 (4) | 2026.03.22 |
| B017. 니클의 소년들 - 콜슨 화이트헤드 (6) | 2026.02.27 |
| B016. 표류자들의 집 - 기예르모 로살레스 Guillermo Rosales (5) | 2026.02.13 |
| B015. 나무를 심은 사람 - 장 지오너 (3) | 2026.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