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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021.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TMLove 2026. 4. 4. 23:00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었다. 출판사 창비에서 나온 2022년 초판 5쇄본으로 268페이지의 적당한 분량이었다좋아하는 TV 드라마 작가 박해영의 작품 중에 [나의 해방일지]라는 작품이 있었다. 2023년도에 방영했는데, 정지아 작가의 책은 2022년도에 출판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제목. 이 책이 드라마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출시 기간이 별로 차이가 나지 않고, 내용도 비슷한 것이 없어 우연의 산물이라 결론을 내렸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작년 초에 읽었다. 웹소설과 장르문학에 빠져 있다가 순수문학도 다시 읽기로 마음먹고 그해 처음 고른 책이었다. 글자 크기와 자간의 배치가 넉넉한데다 페이지 수가 많지 않아 호기롭게 도전할 수 있었고, 무난하게 성공했다.  책은 감정을 흔들었고, 매우 재미있었다. 손 댈 곳 없이 미치도록 완벽했다. 글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 책은 소설인지 자서전인지 독자가 허구와 실체를 구분 못할 정도로 리얼리티를 동반하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이건 완전한 허구가 아닌 일기장이나 팩션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 십 년간 읽은 책 중에 최고의 작품을 고르라고 한다면 다섯 손가락 안에 넣을 것이다. 정지아라는 작가를 이전에 알지 못했지만, 앞으로 못해도 십 년은 누구에게 추천할 책으로 꼽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강 작가 이후로 한국을 대표할 세계로 뻗어나갈 작가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았다. 예전에 일본 문학이 서점가를 점령했을 때, 매우 부러워했었는데, 요즘 한국 작가들의 책을 읽다 보면 더 이상 부러워할 일이 없다고 느껴진다. 진정 자부심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일 년이 넘도록 블로그에 한 문단을 써 둔 채 넘기지 못했다. 

 

내가 이 소설에 관해 글을 쓰기 머뭇댄 것은, 몇 시간의 심사숙고로 정리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머가 넘치는 글 속에 담긴 한 가족의 시련, 고난, 억압, 차별 등을 짧은 감상평으로 담기엔 내 역량이 부족한 탓도 있었다. 책의 분량은 268페이지였지만, 쉽게 재단하거나 평할 수 없었다. 시대의 어두운 뒷면을 너무 모르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래저래 생각만 많아져 놓고만 있었다.

 

줄거리는 간단히 요약된다. 전직 빨치산이었던 아버지 고상욱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딸인 주인공 아리는 장례식의 상주가 되어 3일 동안 조문객들의 기억을 통해 알고 있었다고 믿었으나 모르고 있었던 ‘아버지’를 이해해 간다. 아리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남을 도와주다가 빚을 떠안고, 사회주의 신념을 버리지 못해 감옥을 드나들었고, 가족들에게 많은 상처와 피해를 입혀 왔다. 하지만 아버지는 상처를 받으면서도 신념을 갖고 사람들을 도와주고 사랑했던 인물이었다.

 

 

 

이런 어두운 내용을 다루는데도 소설은 유머가 가득하다. 숙연한 상황에도 우스꽝스럽게 또는 재치 넘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어떤 시련과 어려움에도 웃으며 이겨내 온 아리의 아버지를 닮았다. 대한민국은 1945년에 해방의 기쁨을 맞았고, 곧이어 분단의 아픔을 겪었고, 다시 전쟁을 경험하게 되었다. 1953년 6·25 전쟁이 휴전되면서 민주주의 공화국으로 다져 나갔으나, 이곳에 남겨진 빨갱이로 몰렸던 사람들은 오랫동안 고통받아야 했다. 연좌제로 인해 가족과 친척 모두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차별을 받아야 했고 오랜 기간 감시를 받아왔다. 공산주의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념의 탄압을, 빨갱이로 몰려 당했던 그 수많은 역사의 범죄 행위들을 어떻게 유야무야 넘어가고 이해시키고 무마시킬 수 있을까. 요즘도 태극기 부대가 등장하고, 성조기와 이스라엘기를 흔들어대며 좌와 우를 나누어 이념 전쟁을 이어가려는 무지한 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70-80년대에 출판되었다면, 불온서적으로 내몰려 작가 역시 옥살이를 했을 것이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더 이상 통일에 대한 관심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과다한 경쟁 사회 속에서,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는 시대에, 정체성과 인간의 존엄은 돈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란 애국애족의 마음가짐은 구태의연한 시대착오 같은 사회가 되고 있다. 세대끼리 손가락질하고, 성별끼리 분노하고, 태극기가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종교를 가진 것을 숨기고 싶은 시대가 되었다. 순수가 사라진 세상에 어떤 이들은 자신을 끊임없이 숨기고, 어떤 이들은 자신을 끊임없이 과시하며 살아가고 있다. 피어나는 분노와 안타까움을 숨긴 채, 그냥저냥 살아가려고만 하나 그것도 쉽지 않다. 나는 이래저래 착잡하다.

 

 

정지아

1965년 전라남도 구례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어른들을 위한 소설로는 『아버지의 해방일지』, 『빨치산의 딸』, 『행복』, 『봄빛』, 『숲의 대화』, 『자본주의의 적』 등을 썼다.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는 『하늘을 쫓는 아이: 한국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 『노구치 이야기』, 『임종국, 친일의 역사는 기억되어야 한다』 등이 있다. 만해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김유정 문학상, 오영수 문학상, 한무숙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작가소개 출처: 알라딘 북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1150574&start=pcsearch_auto

 

[큰글자도서] 아버지의 해방일지 | 큰글자도서라이브러리 | 정지아

김유정문학상 심훈문학대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두루 입증받은 ‘리얼리스트’ 정지아가 무려 32년 만에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역사의 상흔과 가족의 사랑을 엮어낸 대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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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Day의 21 Guns라는 노래를 들었다. 좋아하는 밴드의 헤비한 노래가 어떤 부드러운 노래보다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전쟁으로 사라지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며. 

 

https://www.youtube.com/watch?v=r00ikilDxW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