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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022. 일곱 개의 고양이 눈 - 최제훈

TMLove 2026. 4. 19. 09:20

 


2011년 제44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무한대로 뻗어가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단 한 편의 마법 같은 완벽한 미스터리!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중에서

 

 

직장 동료가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그날 저녁은 여사친과 복싱 경기를 관람하려고 동네 바에 들렸다. 경기가 시작되었는데 주인인 바텐더가 한 잔 따라 주더니 그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이 사람 취했나? 일단 호응해 주며 들어 주었더니,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것이었다. 30분이 넘어가자, 아무래도 안 되겠다고 싶어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자리를 피했다. 화장실 안에 들어갔더니 바텐더 옆에 있었던 종업원이 있었다. 가만 보니 울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냐고 했더니,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위로의 말을 건네자, 어머니는 사실 살해당했다고 했다. 마피아와 엮여서, 이러저런 사건이 있었다면서 그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기가 위치크래프트에 관심을 가져 저주를 받은 게  아닌가 싶단다. 자신은 신실한 크리스천인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그렇게 화장실에서 10여 분 넘게 붙잡혀 있다가, 이거 안 되겠다고 싶어져 후다닥 덕담을  건네고 빠져나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바텐더가 웃는 낯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끊겼던 그의 인생 이야기는 다시 이어졌다. 그 와중에 술에 취해 헤롱거리는 그녀를 챙기기도 해야 했다. 복싱 경기는 무슨,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의 얘기를 듣다 보니, 이 소설을 읽는 내 심정 같았다!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발간한 최제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을 읽었다. 2011년 2월 초판 1쇄본이었다. 읽는데 꼬박 2주가 걸렸다. 한 권을 진득하게 읽는 경우가 있는 반면, 여러 권을 돌려가며 한 챕터씩 읽는 경우도 있다. 웬만한 장편소설은 두세 시간이면 무난하게 한 권 끝냈는데 언제부턴가 속도가 줄기 시작했다. 한 시간 두 시간씩 늘어나더니 이젠 하루 이틀에 끝내는 것 자체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게 되었다. 장편은 마음을 잡고 시작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나이는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그래도 이 책은 미스터리 장르 소설처럼 보였기에 술술 읽힐 것이라고 여기고 꺼내 들었다. 그리고 된통 당했다.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나는 이 속담을 좋아하지만, 책을 고를 때면 항상 겉모습으로 결정하곤 한다. 이 책도 그랬다. 제목과 표지를 보면 공포, 미스터리 또는 추리소설을 닮았다. 하지만 읽고 나니 속았다는 것을 느꼈다. 장르소설을 표방한 일반 문학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일반 문학소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은 아니고, 주로 무거운 주제를 다루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긴 하는데 이 책은 읽으면서 힘들었다. 젠장. 이건 뭐지? 이 개미지옥 같은 소설은 내게 뭘 말하는 거지? 한국판 '도구라 마구라'인 건가? 독자로 하여금 도전을 요구하고 있었다. 주말에 두 시간씩 거실 소파에 앉아 집중하면서 읽었는데 결국 개운하지 못한 상태로 책을 덮었다. 한두세 번은 읽어야 알 것 같은 내용이다.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지만, 또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이것은 마치 마음 한켠에 너도 한번 당해 봐라란 속셈과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제발 읽고 내게 해석해 달라는 부탁도 잠재되어 있다. 사실, 책은 읽어 볼 만했다. 매우 잘 썼다. 작가가 마음먹고 심혈을 기울여 썼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 정도 되니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았을 것이다. 이 소설을 구상하고, 구성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얼마만큼 심력을 쏟아냈을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하게 만들었다. 까지는 긍정적인 얘기이고, 당연하겠지만 스토리를 이해하려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책 전반의 사건과 인물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살짝 넋 놓고 있다간, 길을 헤메게 만드는 요물이다.

 

소설은 네 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섯 번째의 꿈', '복수의 공식', '파이', 그리고 '일곱 개의 고양이 눈'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네 편은 서로 얽혀 있다. 연작 소설 느낌이기도 하지만, 전체를 하나로 볼 수 있다.  여러 개의 독립된 중·단편을 나중에 하나의 장편처럼 재구성한 형태를 보고 픽스업(Fix-up) 구조라고 한단다.  배명훈의 [타워]나 박민규의 [카스테라] 정도가 떠오르지만 마땅한 작품이 더 생각나지는 않는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장 - '여섯 개의 꿈'에서는 산장에 초대된 여섯 명의 연쇄살인범 마니아 카페 '실버 해머' 회원 여섯 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별장에 초대한 사람인 '악마'는 나타나지 않았고, 매일 한 명씩 죽어 나간다. 죽는 순간에 누군가는 그 살인 현장에 대한 꿈을 꾼다. 산장에는 음식이 없었고,  술밖에 없었다. 전파가 잡히지 않았으며, 밖에는 폭설이 내려 며칠간 고립된 현장이었다. 

 

두 번째 장 - '복수의 공식'에서는 첫 장의 이야기와는 다른 시점에서 여러 사건들이 벌어진다. 간질에 걸린 한 남자가 과거의 상처로 인해 복수 계획을 세우고 살인을 실행에 옮긴다. 그리고 그 사건과 그의 삶에 연관된 등장인물들, 가해자, 피해자, 관찰자들이 모두 일인칭 시점에서 독백을 들려주면서 범죄 계획을 세우거나 죽어간다. 

 

세 번째 장 - '파이'에서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라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번역한 작가 M이 등장하며, 첫 장은 허구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우연히 만난 여성과 동거를 하며 새로운 소설을 쓴다. 그 여성 또한 그에게 미스터리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 번째 장 -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는 한 남자가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라는 번역 소설을 읽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을 경험한 생각이 든다. 이것이 허구인지, 사실인지 고민에 휩싸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첫 장은 완전한 추리소설 형태이다. 그리고 나서 두 번째 장은 미스터리 형태로 진화한다. 세 번째 장은 환상소설이 되었다가, 네 번째 장에 가서는 이 모든 것을 뒤엉켜 버린다. 세 번째 장과 네 번째 장이 결과보다는 혼돈의 장을 만드는 데 주력해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기가 너무 어렵다. 이건 마치 축구에서 몇십 미터를 홀로 질주한 공격수가 골대 앞에서 접고, 접고, 또 접고 해서, 도대체 언제 슛을 때릴 거야? 하고 분통을 터뜨리는 관중이 된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골대는 사라지고 지금 내가 축구를 보고 있는 것인지, 티비를 보고 있는 것인지 착각에 빠진다. 누군가가 설명을 해 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다면 분명 성공한 소설이다. 

 

 

이 책에선 내용 말고도 주목할 점이 있다. 네 개의 챕터가 존재하는 데, 챕터마다 창작곡이 배경 음악으로 나온다. 챕터마다 첫 장에 QR 코드가 등록되어 있고, 스캔하면 그 챕터를 아우르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정말 멋진 발상이었다. 두근거리면서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보았다. 존재하지 않는 사이트였다. 판매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서비스 종료라니. 이런 것은 유튜브에 등록했더라면 서비스를 계속 이어갈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 저작권 문제로 서비스를 종료시켰을까? 아쉬웠다. 너무 궁금했다.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미스터리한 작품이었다.

 

 

 

최제훈

2007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 『위험한 비유』, 『블러디메리가 없는 세상』, 『아뇨, 아무것도』, 장편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 『나비잠』, 『천사의 사슬』 등이 있다. 2011년 한국일보문학상을, 2021년 한무숙문학상을 받았다.

-작가 소개 출처: 알라딘 북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2018918&start=pcsearch_auto

 

일곱 개의 고양이 눈 | 최제훈

상상을 초월하는 서사의 흐름, 탁월한 이야기 구조, 나무랄 데 없는 문장력이 돋보였던 첫 소설집 <퀴르발 남작의 성>으로 놀라운 신인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문단에 등장한 작가 최제훈.

www.aladin.co.kr

 

이 책에 어울리는 OST가 있다면, 하고 생각한 곡은 영국의 인더스트리얼 록 밴드 Saint Agnes의 싱글곡 Song for Mia였다. 미로에 빠진 미아가 된 것 같아서 아재 개그처럼 골랐는데, 꽤 작품과 어울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fs5uhY4W9NE&list=PL_6TKNVc8URTGlGZktSiMm8CcQppQh11s&index=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