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펠레카노스의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Right As Rain]을 읽었다. 2007년 3월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1판 1쇄본이었다.

원제는 'Right As Rain'이다. 사전에 의하면 이 직유법의 뜻은 '완전히 멀쩡한, 아주 정상적인, 아무 문제 없는 상태'를 말한다. 비가 와서 땅이 깨끗해진 것처럼, 상태가 아주 좋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특히 아팠다가 회복되었다거나, 문제가 해결되었다거나, 컨디션이 돌아온 상황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다.
하지만 범죄 사건에서 'Right As Rain'은 "지나치게 깨끗한" 범죄 현장을 묘사하고 있어 오히려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냄새가 난다’를 표현하는 말이다. 또한 방해 요소가 사라진 상태나 신호로서 'Right As Rain'이란 은어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닥쳐올 끔찍한 사건들을 부각시키고 있는 장치라도 인식하게 만드는 표현이라고 한다. 제목을 통해 작가는 주인공 탐정이 누구나 의심할 수 없는 사건 현장과 그 결과를 뒤집으면서 그의 문제 해결 능력을 부각시키고, 사건이 만들어낸 상황을 되돌려 놓는 결과를 암시해 놓았다. 실로 이보다 더 완벽한 제목이 있을 수 있을까.
번역가는 이 제목을 '살인자에 정의는 없다'라고 바꾸었다. 작가의 의도와는 다르지만, 국내에선 이 제목이 더 강렬하게 와 닿는다. 총구를 들이미는 누군가의 모습은 정의가 없으니 복수의 정당성을 말하는 것같이 보인다. 내겐 그런 의도가 제대로 먹혔다. 제목과 표지만으로 구입을 유도해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Make My Day'를 외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이 책은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이다.
소설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워싱턴의 밤거리에서 순찰 중이던 백인 경관 테리 퀸에 의해 흑인 사복경관 크리스 윌슨이 총을 맞고 숨진 사건이 발생한다. 테리 퀸은 정당행위로 법적 혐의를 완전히 벗어났지만, 그 역시 자기혐오에 빠져 사직하고 방황하며 살아간다. 너무 깨끗한 사건의 결과에 의혹을 품은 피해자의 어머니는 흑인 사립탐정 데릭 스트레인지에게 부탁하여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게 한다. 스트레인지와 퀸은 협력하여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인종적 배경과 죄책감, 편견 등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사건과 연계된 부패 경찰과 지역 마약상들이 엮어 있는 범죄를 찾아낸다.

소설의 사전적 의미의 제목과 모순되게, 환경과 상황은 어둡고 깨끗하지 않다. 인종 갈등과 도시 범죄와 더불어 지역별로 흑인, 백인, 동양인들의 어두운 회색 지대를 아우른다. 마약, 사창가, 부패 경찰, 총기 등 많은 이야기를 다루는데 주인공들 역시 완벽하지 않다. 불법적인 수사와 더불어 폭력이 난무한다.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다.
소설은 미국의 다문화가 버무려져 있다. 서부 영화를 좋아하는 주인공 스트레인지는 흑인임에도 백인 음악과 흑인 음악을 구분 없이 즐겨 듣는다. 그런 걸 신기하게 생각하는 걸 보면 나 역시 흑인은 R&B와 Hip Hop만 들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시대를 상징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지역의 풍습이나 나라별 음식들이 나온다. 주인공은 먹성이 좋은 것인지, 문화체험을 좋아하는 것인지, 다양한 음식을 먹고 마신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보는 것 같다. 그 노래들을 추적해 보기도 했다. 아는 노래들은 반가워 들어보고, 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가수의 노래는 찾아보기도 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지금껏 번역소설에선 볼 수 없었던 고강도의 욕설과 성관계, 마약 흡입 장면들이 가득하다. 성인 소설이니 문제가 될 것은 없고, 현실감을 높여 분위기에 빠져들게 했지만. 이 정도 수위의 소설을 접해보지 못해서 그랬는지 차일피일 미루다, 완독하는데 일년이 넘게 걸렸다. 400페이지가 넘긴 했지만, 그것이 좋은 변명은 되지 못했다. 독서의 재미는 충분히 제공해서 내용을 잊어버릴 즈음해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조지 펠레카노스 (George P. Pelecanos)
1957년 미국 워싱턴에서 태어났다. 1992년 첫 소설을 발표할 때까지 고향에서 주방장, 접시닦기, 바텐더, 여성용 구두 영업사원, 건설인부 등 갖은 일을 했다. 오랫동안 경험한 도시의 밑바닥 생활을 바탕으로 써내려 간 여러 편의 하드보일드가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스타 작가의 대열에 들어섰다.
워싱턴을 무대로 사립탐정 데릭 스트레인지의 활약을 그린 시리즈로 「LA 타임스」 올해의 미스터리 도서 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소설 외에도 각종 드라마와 영화의 제작, 각본 배급으로 미국영화연구소(AFI) 상과 피보디 상을 수상했다. 오우삼의 '첩혈쌍웅(The Killer)'의 미국 내 배급을 맡기도 했다.
-저자 소개 출처: 알라딘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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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 밀리언셀러 클럽 58 | 조지 펠레카노스
「LA 타임스」 올해의 미스터리 도서 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사립탐정 데릭 스트레인지 시리즈가 국내 첫 선을 보인다. 미국 뒷골목 세계를 배경으로, 경찰 출신의 흑.백 듀오 사립탐정이 각종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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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과 어울리는 곡으로 Bobby "Blue" Bland의 "Sad Street"을 선곡했다. 하드 보일드 소설에는 진한 블루스의 곡이 제격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r_eHCnXcsb0&list=PLG9jLl6Ldd_gRz4amX26gLKI6uRn0ki_Y&index=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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